참가후기

TU Berlin

2014.04.11 노지훈 해외단기유학

1. 단기유학을 준비하며

 

1.1 기회

 

“내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보았을 때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시는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다.” -기회

 

나른한 봄기운을 뒤로 하고 파릇한 초여름이 찾아오고 있었지만, 내 삶은 관성의 법칙 때문인지 아직도 권태스러움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들어간 학교 게시판 사이트에는 나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만한 어떤 글도 없었다. 그러던 중 “2006년도 ASEM-DUO 장학생 선발 안내”라는 제목의 새 글이 교내회보에 올라왔다. 당신은 바로 가슴 뛰는 일을 하기 위해 이곳에 태어났다. 남의 삶을 베끼며 살려 하지 말고, 지금 이순간 당신을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해라. 그때 우주는 전적으로 당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다릴 앙카는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에서 말했다.

 

약간의 머뭇거림은 있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곧장 국제교류팀으로 달려갔다. 장학신청을 위한 몇 가지 서류 작성에 대한 주의사항을 들었다. 여기서 짧게 ASEM-DUO 장학금에 대해 설명하겠다. 본 장학금의 골자는 유럽과 아시아간의 대학(원)생, 연구원, 그리고 교수의 원활한 교류를 위함으로 각 대학교간 1 대 1 짝이 맺어질 경우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1.2 준비

 

인간에게는 자유가 있으며, 한 인간의 인생은 그 당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장 폴 사르트르

 

이미 독일의 Technical University Berlin(이하 TUB)의 한 학생이 다음 학기에 우리학교에서 수학하기로 되어있었다. 이 때문에 ASEM-DUO로부터 장학금을 타는 것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우선 교내 선발에서 뽑히는 것이 걱정이었다. 그때까지 단 한번도 보지 않았던 영어실력인증 시험과 겨우 3학기째 이수중인 나의 학과 상태가 마음에 걸렸다.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시작했다. 자기소개서를 씀과 동시에 교내 IBT를 신청했다. 최종으로 서류를 제출하기까지 총 2 번의 시험을 봤지만 간신히 500점을 넘는 정도였다. IBT 점수가 걱정이 되었지만, 단기유학을 가기로 한 나라는 바로 독일이 아닌가. 이에 희망을 갖고 자기소개서 작성에 심열을 기울였다. 신문사 기자와 수영동아리 회장으로서의 교내 활동과 한국공학학림원 차세대리더로서의 교외 활동 등 남에게 호소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적었다. 다시 벽에 부딪혔다. 국문으로 쓴 자기소개서를 영문으로 번역해야 했다. 서툴게 번역된 영문자기소개는 여러 지인의 도움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학기가 끝나갈 무렵 국제교류팀으로부터 독일유학생으로 선정되었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러 가지로 미흡하였지만, 장학생으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신 것이 아닌지. 국제교류팀의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다.

 

2. 단기유학생활

 

2.1 학업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지 모르는 것처럼 살아라 -마하트마 간디 본 학기가 시작되기 한 달 전에 독일에 도착했다.  우선 한 학기 동안 이수할 과목을 정하는 일이 시급했다. TUB의 국제교류팀 과 TUB의 산업공학과  상담교수를 찾아가 여러 자문을 구했다. 비록 독일어를 고등학교 때 1년간 배웠지만 그 실력으로 강의를 듣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를 받았다. 결국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찾게 되었다. 그 중 TUB의 석사과정수업 중 테크노경영대학원의 성격을 띠는 GPE(Global Production Engineering)  과정을 알게 됐다. 그래서 GPE 과정의 5 과목, TUB의 4 과목, 그리고 FUB(Free University Berlin, 베를린 자유대)의 수업까지 총 10과목의 수업을 들었다. 이들 중 3 과목은 인문사회학부 수업으로 독일어, 영어연극, 그리고 영화감상수업이었다. 그리고 6과목은 제품 품질 및 개발, 디자인, 그리고 경영에 관한 수업이었으며, 나머지 한 과목은 수영이었다. 많은 수업을 한 학기에 다 수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러 친구들의 도움과 교수 및 조교의 배려로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2.2 언어

 

Which one is better for you between English and Germany? 본 학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ZEMS 에서 제공하는 독일어 수업을 들었다. 유럽에는 ERASMUS  라는 교환학생프로그램이 있어 다국적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독일어를 배우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서로간의 언어적 유사성으로 비 영어권 시민보다 쉽게 독일어를 배우는 경향이 있다. 한편, 독일은 특별히 독일어로만 이야기해야 할 상황이 아니면, 영어로도 충분히 뜻이 통하는 곳이었다.

 

2.3 생활

 

최후까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 -다윈

 

출국하기 전 부모님께서는 밥을 해먹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기밥통은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하나 장만하기를 권하셨다. 하지만 전기밥통을 가지고 가자면 불편하기도하고 몇 번 사용도 안 할거 같은 생각에 독일에서 장만하겠다는 말로 부모님을 안심시키고 독일에 입국했다. 첫 주는 주로 밖에서 사먹었지만 사람도 사귀고 길도 익히며 집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침식사로 밥과 국 대신 빵과 커피를 마시는 것에 의아해 했다. 하지만 의식보다 소화기관이 새로운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밥을 반드시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그 뒤로는 저녁에도 밥 대신 파스타를 해 먹으며 그들의 음식을 즐겼다.

 

2.4 친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서로의 이국적인 모습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의 정형화된 인사 회화구문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친구와 아직 친구가 아닌. 그리고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 한가지 부러운 점이 있다. 그것은 그들은 나이와 성별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곳에서 가까이 사귄 친구 중 70이 넘은 성격 좋은 할머니도 있었다. 문화교류의 시작은 외국인과의 접촉에서 시작된다. 이런 점에서 친구와의 대화는 양측의 문화를 서로에게 알려주는 수업임에 틀림없다. 그들 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고민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2.5 여행

 

Parti Senza una Meta 학기를 시작하면서 한가지 행복한 고민이 있었다. 12월 중순부터 1월 초순까지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어딜 여행 다닐까. 이러던 중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가 방학 동안 자기집에 머물면서 자기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하자고 제안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 친구 부모님의 배려로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이탈리아의 문화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2.6 기타

 

인간은 정지할 수 없으며 정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 상태로 머물지 아니하는 것이 인간이며, 현 상태로 있을 때, 그는 가치가 없다.

 

-장 폴 사르트르

 

타국의 삶에 적응하면서 차츰 여유가 생겼다. 남는 시간을 활용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과외도 하며 여윳돈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주로 친구들과 파티를 하거나 박물관에 갔다. 독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수도인 베를린에서도 국제적 규모의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이밖에도 오픈 강좌에서 시카고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Bruce Cummings 의 남북문제에 대한 강의는 남북분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3. 단기유학을 마치며

 

3.1 정리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다. 어느새 2월이 되었다. 시험도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 6개월 남짓 살면서 싸인 것들을 정리할 때이다. 받아야 할 문서는 받고 줘야 될 문서는 주고. 우선 몰라보게 불어난 짐이 큰일 이었다. 20kg 박스로 국제택배를 부치고서도 비행기탈 때 큰 가방으로 2개나 더 있었다. 출국 2주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미리부터 서둘러서 인지 1주일을 남기고선 모든 것이 정리된 느낌이 들었다. 마침 비행기표를 원하는 날짜에 무료로 바꿀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원래 일정보다 5일을 당겨 입국했다.

 

3.2 작별

 

Amicus Ad Aras 서로 전자메일주소를 주고 받고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를 계산하며 하나, 둘 작별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들 중 몇 명은 이른 시간의 비행기표임에도 불구하고 공항까지 따라 나왔다. 고마울 따름이다.

 

3.3 감사

 

우리의 가진 바 때문에 우리가 감사하는 것이 아니요, 우리의 되어진 바로 인해 감사한다. -헬렌 켈러

 

한 학기의 외국생활 이었지만, 그 안에는 나를 도와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 전부다 기억해내지 못함에 죄송하다. 그 중에서도 포스텍과 TUB의 국제교류팀, 그리고 ASEM-DUO 재단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단기유학을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함께 수업을 들었던 GPE 2006학번 친구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수강신청 조차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 번씩이나 저녁식사에 초대해주신 Guenther 교수님께 어떻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끝으로 물심양면으로 내가 건강하기만을 기원해준 가족 모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