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

AEARU Student Summer Camp 2002, Nanjing University

2014.04.09 심형섭(컴공00) 846727

  개강을 하루 앞 둔 8월 25일, 점심 때 상하이(上海)에서 출발해서 3시간 반 남짓 기차를 타자 어느새 난징(南京)에 도착했다. 지난 이틀 동안 머물렀던 상하이에서는 황푸(黃浦)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개방화로 이룩한 중국의 성장을 두 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지만, 거대한 도시가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쉽게 지쳐버릴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난징의 모습은 오랜 굴곡의 역사 때문인지 참 푸근해 보였다. 난징역에서 캠프를 안내하는 학생의 도움으로 택시를 타고 곧바로 난징대학 안에 있는 Nanyuan Hotel로 향했다. 호텔에서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방을 배정 받았는데, HKUST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는 Raymond가 내 룸메이트였다.

    여행중일 때에는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자게 되고, 그래서 그런지 새로운 친구도 쉽게 사귈 수 있게 된다. 공식적인 캠프의 시작은 다음날이었지만,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서로 소개하며 웃고 떠들면서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난징대학에 다니는 Xiaoyan과 몇몇 다른 친구들의 제안으로 저녁에 난징 시내를 둘러보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 간단한 opening ceremony를 마치고 난징대학 정문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정문 앞은 차도였는데, 정문을 배경으로 차도 한가운데서 사진을 찍는 것은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곧 이어서 이번 캠프의 주제인 Education and the Progress of Society에 관한 난징대학의 Xiaoxing He 교수님의 강의가 있었다. 교수님은 일본에서 오랜 기간 계셔서, 다음의 일본과 중국의 예를 중심으로 강의를 시작하였다. 대졸신입사원을 선발할 때에 일본 기업들은 과거와는 달리 대학생활에서의 동아리나 봉사 활동과 같은 과외 활동을 중시하기 시작한 반면에,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학점이나 TOFLE 성적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대학생활에서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은 교과서나 강의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specific knowledge와 어떠한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을 능동적으로 습득해서 대처하는 comprehensive knowledge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 기업들이 좀 더 comprehensive knowledge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물론 대학교에서 specific knowledge를 열심히 습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지식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comprehensive knowledge를 익혀야 한다는 사실에서 많이 공감할 수 있는 강의였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이번 캠프의 주제와 관련한 그룹별 토의가 진행되었다. 사실 토의에서는 주제와는 별도로 각 나라의 교육 현실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오고 갔으며, 다른 나라의 대학교는 어떠한 분위기인지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중국, 일본에도 고등학교 때까지 매우 열심히 공부하지만, 대학교에서는 대체로 공부하는 자세가 좀 느슨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전공마다 차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역시 경쟁이 치열한 상위권 대학에서는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칭화(淸華)대학에 다니는 Lei의 말을 통해서, 학생들이 잠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한 채 공부할 수 밖에 없는 칭화대학의 치열한 분위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학생이 뚜렷한 목적 없이 맹목적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그의 지적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우리 또래 대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고민이기에 마음을 어둡게 했다.

    좀 심각했던 토론 시간을 뒤로한 채, 난징대학 근처에 있는 Xiyuan Restaurant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캠프 기간 내내 식사는 푸짐했지만, 이번에는 끊임 없이 나오는 요리에 모두들 좋아하면서도 놀라는 눈치였다. 식사를 끝낸 후, 난징대학 Folk Orchestra의 연주회에서 중국의 전통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악기는 언뜻 보기에 우리나라의 전통악기와 비슷했지만, 음악은 훨씬 더 경쾌하고 박력이 있었다. 놀랍게도 재학생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연주 솜씨가 아마추어 이상이어서 Xiaoyan에게 물어봤더니, 오케스트라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함께 전통악기를 연주해온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대답하였다. 밤에는 룸메이트인 Raymond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창장(長江) 대교를 구경하러 갔다. 1층에는 기차가, 2층에는 차가 다니는 창장 대교 넘어로 보이는 장강을 보고 있으니 실로 바다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난징 교외의 쯔진산(紫金山)에 있는 쑨원(孫文)의 묘인 중산릉(中山陵)으로 갔다. 중산릉은 비교적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었으며, 1년 내내 중국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쑨원에 대한 중국 사람의 존경심을 짐작하게 했다. 무려 300개의 계단을 올라간 뒤에야 청천백일기를 상징하는 청유리기와로 장식된 쑨원의 묘가 나왔으며, 그 규모만으로도 충분히 경외심을 가지게 만드는 듯하였다. 그리고 리프트를 타고 천문대가 있는 쯔진산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는데, 아래로 보이는 자욱한 안개에 덮여있는 쯔진산은 풍경은 참으로 고요했으며, 신비롭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점심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한 박물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 박물관 입구에는 300,000이라는 숫자가 크게 쓰여져 있었고, 곧 나는 내가 지금 난징대학살 기억하기 위한 역사 박물관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 온 학생이 한 자리에 모인 이 캠프에서 난징대학살을 생생히 증언하는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였다. 가해국인 일본,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이라는 입장을 고려한다면 학생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박문관은 시체가 유기된 장소위에 지어졌기 때문에 희생자들의 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으며, 박물관에 전시된 사진 또한 일본인의 끔찍한 만행을 증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친구들의 자세는 매우 진지하였으며, 점차 시간이 지난에 따라 우리 모두는 과거는 잊지 말 되 미래를 보면서 함께 나아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사실 앞으로 우리 나라, 중국, 일본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 과거사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평소에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 박물관 관람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늦게 나마 점심식사를 한 뒤, 이틀 간의 공식적인 캠프 일정을 마치는 closing ceremony에 참석하였다. 그리고 난징대학 캠퍼스 안에 있는 난징대학 역사 박물관과 갤러리를 방문했다. 마침 올해가 난징대학 개교 100주년이었기 때문에, 난징대학 역사 박물관을 방문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뿌리가 깊은 나무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100년의 세월 동안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날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거듭난 난징대학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사실 어디에서나 연륜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며, 우리 학교도 초창기의 명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학생 모두가 이러한 학교의 연륜을 쌓아갈 수 있도록 본업에 충실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사는 Sunward Fishing Restaurant라는 식당에서 했는데, 그 규모가 300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정도였다. 이제 내일이면 헤어진다는 생각에 식사 도중에도 우리 모두는 서로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기도 하였으며, 함께 사진도 찍으면서 짧은 캠프 일정을 아쉬워 하였다. 다음날 아침, 서로 작별 인사를 하며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했다. 이럴 때에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나는 쿤밍(昆明)을 여행하기 위해 60시간이나 기차를 탈 Timothy과 함께 난징역으로 떠남으로써 이번 캠프를 완전히 마치게 되었다.

    사실 이번 캠프는 학교에서만 생활해서 좁아져 버린 시야를 넓혀 멀리 내다볼 수 있게 하였으며, 특히 광활한 중국을 여행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또한, 중국과 일본의 우수한 학생을 친구로 사귀게 되었으며, 그들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학교 생활에서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학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이 글을 끝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