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

한여름 밤의 꿈

2014.04.09 강건욱(기계4) 846727
    “Wake up, Keonwook!”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켄은 문을 두드리며 날 깨운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이다. 잠이 깨지 않은 상태서 트렁크 차림으로 문을 열고는 푹 잠긴 목소리로 아침인사를 한다.

    “Good morning, Keonwook!” 

    “O-Ha, Ken”

    “Keonwook, Leng Jing is going to leave now.”

    벌써 헤어질 시간이 온 것이다. 첫 날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캠프의 마지막 날인 것이다. 나리타공항에서 10시 30분 비행기로 제각기 돌아가는 일행을 전송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다. 눈을 부비며 나는 말했다.

    “Wait for me just a minute.”

    “I’ll be on the first floor in this building.”

    “I got it.”

    허둥지둥 세면대로 뛰어가 세면대 가득히 채운 차디찬 물에 머리를 담구는 순간, 지난 일주일간의 경험들이 하나되어 마치 오래된 영화의 장면들처럼 떠오르기 시작했다.

    캠프 여섯째 날, 내일 있을 워크샵 준비에 모두들 여념이 없다. 그 동안 재해예방, 복지문제, 환경문제의 세 파트에 대해 진행해 왔던 강의, 토론, 발표 등을 바탕으로 그룹별로 하나의 가상 공동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4시간동안 여섯 그룹이 각기 다른 방에서 작업을 하는지라 다른 조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이 마지막 academic activity인지라 모두들 피곤하고 지쳤음에도 열심히 들이다.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가상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우리가 설정한 환경은 해안을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휴화산이 하나 있는 고립된 섬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면과제는 평시 및 유사시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안들에 대해 본토로부터 도움을 받게 될 때까지 일정기간동안 마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후, 조원 모두가 담당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노란 포스트잇에 적어 커다란 전지에다가 분야별로 붙이기 시작했다. 나도 나의 해당 주제였던 재해 예방과 관련하여 서너 가지의 대비책들을 적기 시작하였다. 조만간 그 큰 전지가 노란 종이들로 가득해졌고, 우리는 그 중에서 중복되거나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것들을 따로 묶어 정리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두뇌 작용 결과 우리의 컨셉트는 「Recycling, Barrier Free, & Movable」로 집약되었으며, 이를 전지 3장에 걸쳐 그림과 글씨로 나타내었다. 그림은 여자 조원들이 담당하였고, 글씨는 내가 맡았다. 그룹리더인 켄은 이 워크샵을 기획한 장본인 중에 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의욕에 차서 우리의 작업들을 진두지휘하며 이끌어 나갔다. 스탭들이 지나가며 시간 오버라고 할 때쯤에야 모든 준비 작업들을 끝낼 수 있었다. ‘잘 된건가?’라는 나의 표정을 읽은 때문인지 켄이 씩 웃으며 말한다.

    “We did our best. Don’t worry.”

    그날 저녁, 일정에 따라 『하나비』라는 일본 영화를 감상하고 우리 조끼리 야외로 나가 불꽃놀이를 즐겼다. 참, 하나비가 우리말로 불꽃놀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이건 남자애들은 짓궂기 마련! 조그만 화약에 불을 붙인 후, 여자 애들에게 휙 던져 버리곤 나 몰라라 하곤 딴청이다. 이 정도에 질세라 여자 애들도 대공세다. 복수는 복수를 불러오는 법!!! 모두들 정신없이 불을 붙이며 즐기다 보니 어느덧 폭죽이 다 떨어져 버렸다. 아쉽지만 모두들 쭈그리고 둘러앉아 마지막 폭죽을 하늘로 날려보내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숙소로 향했다. 일본 추석인 오본날에 도쿄만 레인보우 브리지 위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불꽃놀이에 비할 바가 안되겠지만, 그 날밤 요요기 파크 하늘 위로 울려 펴진 우리들의 웃음 소리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공명하고 있다.

    “하하하하”

    “짝짝짝짝”

    3조의 발표가 끝나자 모두들 박수를 쳐대고 휘파람을 불어대며 환호성이다. 나도 마음껏 웃었지만, 슬쩍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다들 열심히 준비했구나. 우리도 잘 해야 할 텐데…’ ‘아직 한 조가 더 남았으니까 다시 한 번 내가 할 부분을 점검해야지.’ 이제는 다른 조 발표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우리가 마지막으로 발표할 때가 왔다. 청화대학교에서 온 밍이 전반적인 진행을 하기로 하고 중간 중간 나머지 조원들이 나가서 자기가 맡은 배역을 하기로 한 것이다. 도쿄대학교에서 세 분의 교수님이 나오셔서 조별로 평가를 하는 앞에서 어떻게 우리 조 발표가 진행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는 가운데 우리 조를 마지막으로 워크샵은 끝이 났다. 각 조별 발표에 대한 평가는 학생들 스스로 하는 것과 교수님들이 하는 것으로 이원화되어 있었는데, 학생들은 ‘The most abundant in ideas’, ‘The most practical’, ‘The most humorous’의 세 팀을 뽑을 수 있었고, 교수님들이 ‘The best’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긴장되는 순간이 왔다. ‘하나만 걸려라. 하나면 걸려.’ 속으로 기도 아닌 기도를 하고 있던 찰나, “Group 4″를 호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The most practical』을 우리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우리 조원들은 하나같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던 중 마이크를 통해서

    “The best is awarded to…”

라고 울려 나왔고, 아직 시상이 끝나지 않음을 안 우리 조는 곧 숨을 죽이며, 기쁨의 감정을 조절해야만 했다.

    “Group 4!”

    “What?”

    “Group 4?”

    우리 조는 조금 전의 반응과는 달리 모두들 너무나 놀란 나머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두들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Why? Why?”만 되뇌일 뿐이다. 우리의 이런 상황을 일깨우듯 진행요원의 말이 이어졌다.

    “Congratulations, Group4! Would you all please come to the stage?”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우리는 앞으로 걸어 나가 교수님이 주시는 최우수상장을 하나씩 받으며 그 분과 악수를 하였다. 그 순간, 어릴 때 초등학교에서 상장을 받던 생각이 나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다른 햑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상장을 손에 든 채, 왜 4조가 선정되었는지를 설명하시는 세 분의 교수님의 연설을 듣고 있으니 감개무량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연설이 끝난 후, 상품으로 PS2가 주어진다고 하자, 모든 학생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Play Station Ⅱ?”

    “설마?”

    또 다른 그룹 리더였던 유키꼬가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자 아니나다를까 포카리스웨트 캔 2개가 달랑 들어있는 것이었다. 스탭진의 유머에 우리는 박장대소할 수 밖에… 자리에 돌아와 앉아 한 모금씩 돌려 마시며 조원들을 보는 순간, 빡빡한 일정 속에서 몸은 몹시도 지쳤을 터인데도 마지막까지 이렇게 최선을 다하여 큰 일을 해내다니라는 생각이 들어 모두가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로 느껴졌다. 모두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그룹리더인 켄과 유키꼬, 발표를 너무 잘한 밍, 잘 생긴데다가 유머도 넘치는 칼, 늦게 합류했지만 재미있던 타까, 같은 한국인이라서 더욱 반가웠던 채경, 박소현 닮았다고 하니까 너무나 좋아하던 아야꼬, 그리고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중국 소녀 렝징…

    “형, 여행 잘 하시고요. 서울에 오면 연락주세요.”

    “그래, 너희도 잘 돌아가라.”

    10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민수, 배호, 영욱이가 버스에 오르기 전에 나에게 일본 여행 잘 하고 오라고 인사를 하며 악수를 건넨다.

    “서울 가서 보든지 아니면 학교서 보자.”

    “예”

    같은 학교 사람들이야 또 볼 수 있으니 헤어져도 별로 섭한 마음이 안 들지만, 이제 다른 나라로 가는 친구들은 언제나 만나 볼 수 있을까란 생각에 가슴이 막혀 오는 것 같다. 영어를 아무리 유창하게 할 수 있다고 한 들 이런 순간에 무슨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짧았던 캠프 기간동안 이렇게도 깊은 정이 들었나 싶어 혼자 쓴 웃음을 지으며,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고마워, 모두들. 진정으로 고마워’

    “자, 이제 나도 가야지. 나의 여행은 이제 시작인걸.”

    짐을 둘러메고 일어서는 나의 머리 위로 8월의 도쿄 햇살이 그렇게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