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

넓은 세상, 멋진 친구들 … 우리는 하나!

2014.04.09 김혜진(화학공학과 3년) AEARU Student Summer Camp

방학생활에 있어 내게는 철칙 2가지가 있다. 첫째는 계절학기를 듣지 않는 것. 공부는 학기 중에, 그러나 방학땐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보낸다. 둘째는 어디든 꼭 여행을 가는 것. 주변 경치도 좋지만 그 곳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고 넓은 시야를 갖고 싶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에는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갔다. 태양빛이라고 가볍게 여겼다가 기어이 화상을 입었고, 자전거를 타면서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멍과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힘들었기 때문에 소중한 추억이 더 많았고 오히려 여행에 대한 욕심은 더 커졌다. 이번 방학엔 나름대로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해외로 나가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와 많은 역사를 공유한 곳인 중국, 그곳의 수도인 북경을 목적지로 선택했다. 대학 3년이 다 지나도록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해외란 낯설지만 매력적인 곳이었다. 결심은 하였으나 주머니 사정은 뻔하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보다 스스로 해결해 보고자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정 안되면 걸어서라도 간다는 비장한 각오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행운의 여신은 내 편이었다. AEARU(동아시아 연구중심대학 협의회) 학생캠프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학교는 매년 학업성적과 토플 점수 등 일정한 선발기준을 거쳐 학생을 뽑아 항공료와 캠프 참가경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이 캠프는 동북 아시아의 여러 대학들의 학생들이 매년 여름마다 모여 서로의 친목을 다지고 정해진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한다. 이번 캠프의 주제는 환경보호. 내 전공과 밀접한 관련도 있고 평소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 캠프는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었다.

    막상 도착한 중국은 한창 건설이 진행 중이었다. 7,80년대 건물과 21세기형 건물이 공존하는 곳, 이것이 북경의 첫인상이었다.

    중국은 모든 차종이 유연휘발유를 쓴다. 출발할 때 매케한 냄새와 검은 연기가 모든 차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래서일까? 자전거와 백년은 되었음직한 나무들로만 둘러싸여 있는 청화대학 내에서도 시야가 온통 뿌옇게 흐렸다. 아주 쾌청한 날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청량한 맑은 하늘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하늘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 왔다. 시내 중심가 관광을 갔던 날 신었던 양말은 원래가 흰색이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으니까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이 있던 일본 친구는 눈살을 찌푸리다 못해 신음소리를 냈다.

    캠프의 첫 이벤트는 국립환경보호국(National Environmental Protection Bureau) 방문이었다. 중국 전역에 산하기관을 두어 환경오염 정도를 보고받고 그것을 분석, 매일매일 신문에 공표하고, 국제 환경관련 업무와 연구 등을 수행한다고 한다. 그곳의 최첨단 설비는 국가 지원 이외에도 우리나라,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지원금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환경문제가 국제적으로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가가 피부로 느껴졌다.

    오후에는 소그룹으로 나뉘어 환경을 주제로 토의를 가졌다. 토의 중에 마사히로 스기야마라는 친구가 참으로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의 환경문제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지적이나, 지식 수준 또한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후에 알고 보니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한 그린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야기 끝에는 우리학교도 그 모임에 동참하도록 하자고 했다.

    토의의 주된 관심사는 쓰레기 처리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청화대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스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참가자들도 그곳의 학생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했는데 이곳에선 젓가락 없이 플라스틱 스푼 – 유아용이라고 하기에 딱 알맞을 작은 크기의 수저-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무젓가락이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한 이 스푼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고개가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푼 역시 일회용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선 철제 수저를 사용한다고 일러주자 좋은 생각이라며 당장 총장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소한 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좋은 기회였다.

    우리나라와 중국 본토, 홍콩, 대만, 그리고 일본. 곳곳의 친구들은 우리가 하나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공용어가 영어이긴 했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땐 한자를 써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었다. 특히 중국과 비교해 우리와 일본은 사고 방식에서 사소한 습관까지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AEARU 참가자 하나하나가 내게는 경탄의 대상이었다. 존경할 수 있는 친구들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도쿄공대 고분자과의 후지가야는 영어로 대화는 잘 통하지 않았지만 온몸으로 의사표현을 하던 따뜻함이 느껴져 오는 전형적인 공대생이다. 후지가야의 생활은 새벽 5시30분에 시작된다고 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2시간이 넘는 거리이기 때문에 그때 일어나야지만 제때에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한다. 학교에선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고, 통학시간에 잠시 조는 것을 빼곤 더 잠을 자지도 않고, 주말에도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진짜 감동적이었던 그 친구의 면모는 그것이 아니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내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는데 왜 힘들다고 느끼지? 난 오히려 즐거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당당하게 대답하던 모습이었다. 좋아하는데 어떤 것인들 할 수 없겠느냐는 자신감이 가득차 있었다. 내게도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을 친구들도 그런 꿈을 가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아마도 오늘도 그 친구는 연구실에 있을 것이다. 고분자를 들여다보며….

    헤어지던 날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머물었던 기숙사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기숙사 앞과 시내의 길가 곳곳에서 활짝 핀 무궁화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 친구들이 그 꽃의 이름도 모르고 있다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국내에서조차 잘 볼 수 없는 무궁화가 이토록 많이 피어 있다니. 지곡연못가의 무궁화가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요즈음이다. 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던 무궁화였는데…. 이제는 무궁화를 보면 그 친구들 생각이 난다. 차이점 보다는 공통점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만남이었다. 큰 지진이 난 대만 친구 알렌은 무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