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

[교과목수강자]UCLA (2005-11-28)

2014.04.18 이찬 Summer Session
여름방학 동안 UCLA에서 수업을 듣기로 결정된 봄학기는 정신없었습니다. 마침 전공과목이 몰리는 때이기도 하거니와, 한반도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는 촌놈이었던 본인이 두번이나 나갔다 들어오기 위한 수속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여권은 뭐고 비자는 뭔지조차 몰랐습니다.

학교에 상주하는 여행사와 UCLA 등록대행업체 쪽에서 설명 좀 듣고 서류 몇 장 떼면 되겠거니 했는데… 여권발급에 비자발급은 시간을 질질

끌었고, 5월에 일본에 갔다 올 일까지 겹쳐 일정은 더욱 빠듯해졌습니다.

출국수속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건 비자 발급에 관한 것입니다. 9/11 테러 이후로 비자발급 수속이 한층 까다로워진데다, 여름방학 기간에

미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빨리 신청하지 않으면 예약이 꽉 차버립니다. 본인은 군 미필자라 해외에 갔다와서는 여권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5월에 일본에 갔다오는 바람에 일정이 더더욱 촉박해져버렸습니다. 다행히 친척 중 여행사에서 일하는 분이 계셔서 짧은 시간 내에 이런저런

수속을 다 맡기고 급행료를 내 비자 인터뷰 신청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여유있게 준비해 놓는다면 모를까, 비자 인터뷰

날짜만큼은 마음대로 정할 수가 없습니다. 본인은 특히 뒤늦게 신청이 들어가서 더욱 그랬지요. 성수기라 대사관 블럭을 빙 둘러서 줄이 생겼는데,

예약시간 30분 전에 가서 줄을 섰더니 예정시간을 2시간 가량 넘긴 상태로 건물에 발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일단 들어가고 나서도 안에서

이런저런 서류 제출과 등록/대기 절차가 있는데, 2층에 올라가서 특정 색깔 구역에서 기다리라고 하면 그 다음이 영사 인터뷰입니다. 은행처럼 창구

앞에 대기번호가 표시되는데, 자기 번호가 왔을 때 재빨리 나가지 않으면 다음 번호로 넘겨버리려고 하니 미리 대기하고 있는 게 좋습니다. 서류를

잔뜩 가져오게 만들어 놓고는 실제로 보는 건 몇 장 안되는데, 서류를 제출하고 나면 영사가 한두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영어를 못 알아들어도 옆에

통역이 있으니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고, 보통 3분 내로 끝나는데 본인의 경우는 계절학기 수강을 하면서도 유학비자(F1)이 아닌

관광비자(B1/B2)였기 때문에 영사가 오해를 해서 뭘 뒤적뒤적 거리느라 15분 가량 지체되었습니다. 좀 오래걸린다 싶으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수강신청 등의 절차는 아틀라스라는 대행사에서 대부분 처리를 해 주었고, 그 외에 각종 서포트를 해 주어 상당히 편했습니다. 그런데

그러고서도 따로 수수료를 받지 않으니, 대체 뭘로 먹고사는지 모르겠습니다. UCLA에서 수강한 과목은 FINANCE로, 원래 선수과목으로

미시경제학을 들었어야 하는 과목이지만 외부 학생이라 그런지 그와는 상관없이 수강신청이 가능했습니다. 본교의 summer session

프로그램에서는 전공무관 6학점 이내라는 조건이 있었는데, 들었던 과목이 4학점 짜리에다가 마음에 들었던 다른 과목들도 대부분 3~4학점이라

FINANCE 한과목만 신청했습니다.

숙소는 마침 친구들 셋과 같이 가게 되어서 아파트 4인실에 함께 들어가기로 했는데, 현지 문화를 직접 보고 듣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생각이라면 그냥 혼자 신청하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4명이서 그렇게 지냈더니 숙소가 코리아 타운이 되어버려서 현지 체험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숙사는 학교의 2인실보다 조금 작은 느낌이었고, 아파트는 쓸데없이 크기만 했습니다. 4인실이 대략 50평 정도는 되어

보였는데, 천정에 형광등 같은 대형 조명이 없고 여기저기 스탠드 정도밖에 볼 수 없어서 밤에는 전체적으로 어두웠습니다. 나중에 점검하러 온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원래부터 그런 거고 자기들도 왜 그렇게 디자인한건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방은 2인 2실(4인실 기준), 화장실도 2개

딸려있고 부엌에는 버너와 오븐, 그리고 전자레인지 정도가 기본제공됩니다.

기숙사는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선을 꽂으면 인터넷이 되는데, 아파트의 경우는 전화와 고속인터넷이 기본적으로 지원이 안 됩니다. 전화를

사용하려면 전화기를 설치한 후에 돈을 내고 개통해야 하고, 인터넷도 그 지역 회사와 계약해야 합니다. 입사 때 Adelphia에서 학생 특별

할인이라며 광고지를 뿌렸는데, 계약이 무조건 한달 단위로만 되기 때문에 6주 수업을 듣는다면 좀 애매한 감이 있습니다. 이용료는 선불이고

현금으로만 받는 것 같습니다. 숙소 이용료는 아파트 쪽이 싼 듯해 보이지만, 기숙사 쪽이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저렴하다고 봐야 할

겁니다. 4명이 돈을 모아서 쌀과 반찬을 사다가 직접 요리를 해 먹었는데도 식비+아파트 삯이 기숙사 이용료보다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니,

반드시 밥과 김치를 먹어야만 힘이 난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숙사 쪽을 권하고 싶습니다.

일반적인 생필품은 학교 근처의 Ralph’s라는 대형 마트에서 살 수 있고, 한국 음식은 코리아타운의 아씨마트 등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LA는 대중교통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서 그 정도 거리라면 차(자가용이나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대중교통 문화가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버스 시설이 낙후되거나 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버스 자체는 자리도 널찍하고

휠체어와 자전거 수납공간까지 있어서 서울시 버스보다 나아보입니다. 요금도 0.75~1.25달러 정도에, 하루 3달러로 무제한 탈 수 있는 day

pass를 팔고 있어서 경제적 부담도 적습니다. 자가용 문화가 발달한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휘발유 가격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근처 주유소에서

본 가격이 1갤런에 2.4달러 정도였던 것 같으니, 1리터에 840원 꼴인 것이죠. 버스 노선 외우기도 귀찮고 기다리는 것도 싫다면 차를 빌릴

수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 옆에 AVIS대리점이 있는데, 빌리려고 가니 면허증과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가 필요하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면허증은

국제 면허가 아니라도 된다는 듯 했는데, 일행 중엔 신용카드를 가진 사람이 없었기에 결국 실패했지만 제대로 돌아다녀보고 싶다면 친구들과 돈을

모아 밴 정도를 빌려 타고다니는 것이 좋아보입니다.여기저기 잘 찾아보면 신용카드 없이 빌릴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그 나름의 위험부담은

감수해야 한다고 합니다.

UCLA 캠퍼스는 넓은데, 실제로 걸어보면 의외로 작아보이기도 합니다. 체감상으로 연세대 캠퍼스보다 약간 작아보였다고나 할까요. 매번

가는 곳만 가니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업을 듣는 건물 외에 가 볼 만한 곳으로는, 먼저 학생회관 비슷한 역할을 하는

Ackerman union이라는 건물이 있습니다. 각종 UCLA관련 기념품 가게와 서점, 편의점과 식당을 갖추고 있어서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구내 식당에서 파는 페퍼로니 피자는 갓 구워낸 피자를 저렴한 가격에 ($10에 4인분)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매번 점심때마다

찾아가서 먹곤 했습니다. 단점이라면 저녁 6시쯤 되면 문을 닫는다는 정도이니, 야간 생활에 익숙해진 포스테키안이라면 미리 주의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자주 가 볼만한 곳은 Wooden center라고 하는 체육관입니다. 위에서 말한 Ackermans union맞은편에 있는데,

헬스장, 농구장, 수영장 등을 갖춘 종합 실내체육관입니다. 입장하는 데는 학생증 혹은 회원증이 필요하고, 한 달에 20~40달러 정도 받고

여러가지 체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합니다. 한국의 YMCA 등에서 운영하는 사회체육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친구들은 농구 수업을 듣고

본인은 쿵푸를 조금 배웠는데, 심지어 훌라 댄스까지 있을 정도로 내용이 다채로우니 관심 가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도서관으로는 Powell library란 건물이 있는데, 이 안에서 도서 열람과 공부 이외에도 컴퓨터 사용, 프린트, 복사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사용자 등록을 해 아이디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데스크에 물어보면 친절하게 안내를 해 줍니다. 프린트와 복사는 따로

선불카드를 사서 이용해야 합니다. 프린트는 안해봤는데, 복사는 흔히 보는 사무용 복사기가 아니라 Photographic copy인가 하는 대형

복사기가 있어서 품질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도서관도 밤이 되면 문을 닫는 것 같은데, 그러면 대체 여기 학생들은 밤이 되면 공부를 어떻게

하나 의아해 했던 생각이 듭니다. 그 의문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학교 밖으로 다녀볼 만한 곳은 상당히 많습니다.

관광으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디즈니 랜드, 시월드 등 유명한 위락시설들이 있고, 비버리 힐즈나 헐리우드, 산타 모니카 같이 구경하면서

쇼핑할만한 곳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건 헐리우드와 산타 모니카쪽이었습니다. 후자는 원래 해변이지만 오전시간에 가서 그런지

포항 북부 해수욕장 같은 분위기였고, 마음에 들었던 건 상점가 쪽이었습니다. 주로 산타 모니카쪽은 대중 브랜드, 비버리 힐즈 쪽은 명품 브랜드가

많으니 학생들이라면 전자가 훨씬 끌릴 것입니다. 나이키나 리복 같은 스포츠 용품도 조금 더 싸게 구할 수 있고, 특히 리바이스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의 1/3~1/4정도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서점에서는 책 뿐만 아니라 음반이나 영상물 등도 폭넓게 갖추고 있습니다.

LA를 벗어나 미국 서부 관광을 위해 한인 여행사와 계약해 일주일간 그랜드 캐년, 요세미티, 라스 베가스, 러플린 등을 돌아봤는데,

일정은 촉박했지만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여행 경비가 200달러 넘게 들어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랜드 캐년 경비행기 탑승이나 라스 베가스 쇼 관람 등 세부 옵션은 따로 요금을 받고, 가이드와 운전사 팁은 하루에 $10씩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모하비 사막을 지날 땐 차 안에 있더라도 더우니 나름대로 각오를 해야 할 것입니다. 라스 베가스나 러플린에선 빠찡코와 카지노 등을

이용할 수 있는데 만 18세 이상만 이용가능하니, 자기가 어려보인다고 생각한다면 여권같이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해야 합니다.

편의점에서 술을 살 때도 마찬가지인데, 이 경우는 일행이 전부 신분증을 보여야 하더군요.

끝으로 예산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등록비와 비행기표 등을 다 합해서 300만원 정도, 6주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며 쓴 돈이 200만원

가량입니다. 후자의 경우는 아파트 대신 기숙사에 살아서 식비를 절약하고(대신 등록비 쪽이 오르겠지만), 쇼핑을 덜 하고 여행을 안 가면 반으로

줄일 수도 있었겠지만 모처럼 미국까지 갔는데 여기저기 구경하지 않으면 그게 더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부족하다면 젊으니까 한달간 조금 덜

먹고 살면서라도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출국을 위해 이 글을 보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