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

[교과목수강자]2007 summer session at U.C.Berkeley

2014.04.28 안태기 Summer Session
U.C. Berkeley,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그 곳

 

0. 시작하며

 

‘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는 고민은 누구든지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입니다. 부족한 공부를 하는 것도 좋고, 운동에 주력하며 체력을 기르는 것도 한 방법이며,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에 열성을 다하는 것도 좋습니다. 20대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아서, 그 중에 무엇을 해야 현명하게 시간을 쓰는 것인지 모르는 시기라고도 합니다. 저의 경우는 외국 대학에서 공부를 하며, 외국의 학업 분위기를 체험하고 겸사겸사 여행을 하면서 올 여름을 보냈는데요, 저의 수기가 여러분이 방학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1. Summer session의 준비

 

2007년 5월, 저는 친구들 몇 명이 summer session을 간다는 정보를 듣고 마음이 동하여 summer session 참가신청 막차를 탔습니다. 친한 친구 한 명을 설득하여 둘이서 해외 대학 탐방 겸 여행을 하자고 결정하고, U.C. Berkeley에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평소에 U.C.Berkeley는 경쟁률이 높아서 늦게 신청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 왔던 터라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이왕 summer session을 가려고 하니 제가 동경해 왔던 대학을 가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운이 따랐는지, U.C.Berkeley에 summer session을 가는 것으로 허가가 났고, 세부적인 여행 계획과 수강할 과목, 생활할 집 등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수강과목 선정과 여행계획 작성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풀려나갔습니다. summer.berkeley.edu 사이트에서 과목의 정보를 알아보고 ‘Social welfare’라는 과목을 신청하였습니다. (계절학기에 열리는 수학/과학 과목은 1학년 과목이 대부분이었고, 전혀 도전의식이 느껴지는 과목이 없어서 아예 사회학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비자는 미리 5년비자를 받아 둔 것이 있었기에 비행기 예약도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집을 구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가격 때문에 기숙사 신청을 포기한 저와 제 친구는 sublet을 빌리기로 마음먹고, 2달 동안 1000달러의 조건으로 집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사이트가 기억이 안 나네요. 집을 통째로, 또는 방 단위로 빌릴 수 있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집주인이 출국 1주일 전에 ‘다른 사람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여서 당신들에게 빌려주지 않겠다’ 는 메일을 보내 왔고, 단순한 이메일 계약 (즉, 계약서 같은 것이 없는 상황) 밖에 믿는 것이 없었던 저희는 기막히고 암담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어찌어찌 새로운 sublet을 급구해 berkeley에서 살 장소는 미리 마련해 갈 수 있었지만, 급히 구하다 보니 꽤 바가지를 썼습니다. (그래도 기숙사보다 쌌던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Summer session을 하면서 지낼 집을 구하는 도중에 뭔가 쓰디쓴 인생 경험을 한 번 했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집 구하고 할 때에 크게 당하지는 않을 것 같군요. 이렇게 고생을 잔뜩 하고 출발하는 기분,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느끼며 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1.1 Summer session 시작 때의 에피소드

 

    1) 포항 -> 인천공항 포항에서 인천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 (밤차) 를 이용하여 가는 저였습니다. 아버지 덕에 집에 남아 있던 달러화가 있었기에 그걸 전부 갖고, 한화는 3만 원 갖고, 나머지는 카드를 갖고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집도 포항입니다. 대이동이지요)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택시비 3천 원. 시각은 밤 11시 30분. 버스 출발까지 40분 남았는데… 어라, 리무진버스비 3만 원. 3천원이 모자라는데 터미널에서는 카드를 받아 주지 않고 근처에 돈 뽑을 곳은 없습니다 -_-;;;; 아, 지금 생각해도 고생고생 생고생이었습니다. 터미널 직원분께 짐을 맡기고 돈 뽑을 ATM을 찾아 방황하는데, 11시 반이 넘은 시각이라 우리은행 카드로는 돈이 안 뽑히고 -_-;; 처음부터 왜 이렇게 꼬이나 싶더군요. 결국 근처 편의점에서 3천 원 어치 물건을 사고, 카드로 6천 원을 긁을 테니 3천 원 현금으로 주시면 안됩니까 ㅠ.ㅠ 라고 빌어서 어찌어찌 겨우겨우 리무진 버스비를 맞추어서 갔지요. 생각만 해도 악몽입니다. 원래는 3천원어치 물건 살 계획도 없었는데요. 여러분 출국 전에 현금 너무 안 들고 가시지 마십시오 제 꼴 납니다.

 

    2) 상하이 푸둥 공항에서 저희는 인천공항 -> 상하이 푸둥공항(경유) -> LA 로 비행기 노선을 잡고 갔습니다. 대부분은 도쿄의 나리타 공항을 경유하지만, 저의 부모님이 상하이에 사시는 관계로 돌아올 때 집에도 들를 겸, 친구녀석 중국 구경도 시켜줄 겸 이렇게  노선을 잡은 겁니다. 그런데, 푸둥 공항은 비행기 경유를 제대로 할 수 없도록 공항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_-; 건물 연결이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상하이에 입국하고 다시 출국해야 합니다. (경유하는 경우에도) 그래서 중국 비자가 없어도 24시간 이내라면 상하이에 머물 수가 있습니다. (이 점을 맘껏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그런데, 정작 “”나중에 중국에 들러야지”” 라고 생각하시고 중국 비자를 받으신 분들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지요. 경유하실 때 무심코 비자를 보여줬다가는 비자에 입국도장/출국도장 찍히고, 다음에 정작 며칠 머물러야 할 때 비자 이미 쓴 거라고 못 머물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잘 모르고 갔다간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_-;; 지금은 푸둥 공항 옆에 신공항을 짓고 있구요, 몇 년 사이에 신공항이 완성되면 이런 점은 없어지겠지요. Summer session을 중국 가시는 분들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마는,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주십시오 하하.

 

2. Summer session의 과정

 

수업과 여행, 모두를 포함해서 대략 50일 정도의 미국 일정 동안, 많이 배우고 듣고 보고 느끼고… 그리고 잘 놀다가 왔습니다. 여행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니는 것처럼 유명한 관광지 한번씩 찍고 왔구요, San Francisco는 bart로 연결되기 때문에 심심할 때마다 가서 한때는 버스 노선 다 꿰고 다녔습니다 ^_^ 수업에 관해서는 다른 분들과는 달리, 약간은 색다른 경험을 하고 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얘기하더군요. ‘학교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수학/과학 쪽 과목은 쉽습니다. 적당히 하면서 A대 받고 오기에도 쉬운 것 같아요. 그냥 수업 빼먹지 않고 잘 나가고, 숙제 내주는 것 하고, 강의 잘 듣고 시험공부 해서 치면 물 흐르듯 넘어갑니다. 실제로, 여름학기 강의는 그다지 고학년 과목이 많이 개설되지 않기 때문에 과목 수준 자체도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수준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미 익숙해 있는 수학/과학 계열의 강의가 아니면 어떨까요? 제가 들은 ‘Social welfare’가 그랬습니다. 과목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현재 미국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펼치고 있는 복지정책들의 주요 이슈를 살펴보고, 이에 관해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어떤 것이 있으며, 정책을 결정하는 데 어떤 가치관이 작용하는지를 배웁니다. 그리고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인간 사회에서는 가치관이 상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이슈에 관해 어떤 정책을 펴는 것이 옳은지 끊임없는 토론이 펼쳐집니다. 답이 있는 자연과학 분야와 달리, 토론이 일상화되어 있는 사회과학 분야의 수업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따라가다 보면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단순히 학점 숫자로는 비교하기 힘든 난이도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기저기서 따발총 쏘듯 엄청난 속도로 자기 주장을 펼치는 학생들, 전공분야가 아니다 보니 이해하기 힘든 전문 용어들, 날을 세우고 수업을 따라가지 않으면 어떤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 그리고 (한국학생들이 많이 듣는) 다른 과목과는 달리 외국인 학생이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는 이 상황… 누구에게 오늘 뭐 했는지 묻기도 힘들고, 공부를 안 하면 같은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므로 기를 쓰고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공부를 하게 되더군요. 매 수업마다 뒷부분 1/2은 discussion 또는 argument, group work로 이루어집니다.

 

Summer session이 외국의 공부 문화를 배우러 가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편하게 수업을 듣는다기보다는 한국과 거리가 먼 상황에서, 진정으로 어렵게 수업을 들음으로써 남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익숙한 분야가 아니라,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공부하면 들을 때는 고생할지 몰라도, 마치며 아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분야의 일환으로 ‘Social welfare’  수업을 강하게 추천합니다. 생각보다 두서없이 써버렸군요. 6주간의 수업을 마치고, 비록 B이지만 한가득 가슴 속을 채우는 충실감에 휩싸이면서 저는 summer session을 마쳤습니다. 행복했던 날들이었고, 다음에도 이와 같은 기회가 또 있기를 바랍니다.

 

3. Tip

 

* 미국비자를 받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필자처럼 비자를 미리 갖고 있는 경우가 아니면 서두르십시오.

* 역시 비행기 예약은 빨리 하는 편이 자리,가격면에서 월등히 유리합니다. 세부 계획 빨리 세우시고, 예약 빨리 하세요.

* U.C.Berkeley의 Residence hall이나 International house는 주위의 집을 빌리는 것에 비해 꽤 비쌉니다. 그러나 같은 건물에서 여행 팀을 구성하기 쉽고, 정보를 교환하기 쉽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잘 생각해서 결정하십시오.

* U.C.Berkeley에서 학생증을 받으면, 매주 20달러 어치만큼을 교내 매점에서 쓸 수 있습니다. 물건을 살 때 유용합니다.

* U.C.Berkeley의 남문에서 길을 따라 쭉 남쪽으로 내려가면 Andronico’s market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 부근에서 먹거리를 살 수 있는 market 중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기숙사에서 걸어서 한 15분? 정도 걸립니다. Safeway라는 market도 있지만, Andronico’s 쪽이 더 가까워 보이더군요. 가격은 Safeway가 좀더 쌉니다.

* U.C.Berkeley에서 San Francisco까지는 Bart라 부르는 지하철 (subway라고는 안 하더군요) 이 가장 편합니다. 버스도 있지만 그다지… Bart에 비하여 메리트가 없더군요. San Francisco airport까지도 연결되니 괜찮은 교통수단입니다. 물가가 비싸니 미국에서 택시를 많이 타는 것은 완전 비추천이구요, 대중교통을 잘 파악해서 타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 개인적인 견해지만… 여행다니실 때에는 가이드가 있는 여행 팀을 구성하시기보다는 스스로 여행일정 짜서 가이드 없이 다니시는 것이 기억도 많이 남고, 시간사용도 자유로워 좋습니다. 단, 그랜드캐니언 쪽은 현지 여행 팀에 끼이는 것을 좀더 추천합니다. 혼자 구경하자니 차 없으면 구경은 생각도 못하는데다, 버클리에서 그랜드캐니언까지 차 끌고 가려면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저는 라스베가스에 가서 도시 구경 하고 그랜드캐니언 여행팀을 구해서 갔다 왔군요.

* 면허증 있으신 분들은 국제운전면허증 신청하셔서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